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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보다 더

박해조, "눈 먼 최선은 최악을 낳는다."

눈 먼 최선은 최악을 낳는다.

소와 사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죽도록 사랑합니다.
둘은 혼인해 살게 됩니다.
둘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합니다.

소가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게 대접했습니다.
사자는 싫었지만 참습니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맛있는 살코기를 날마다
소에게 대접했습니다.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습니다.

참을성은 한계가 있습니다.
둘은 마주 앉아 얘기합니다.
문제를 잘못 풀어놓으면
큰 사건이 되고 맙니다.

소와 사자는 다툽니다.
끝내 헤어지고 맙니다.
헤어지며 서로에게 한 말,
"난 최선을 다했어" 였습니다.

소가 소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사자가 사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그들의 세상은 혼자 사는 무인도입니다.
소의 세상, 사자의 세상일 뿐입니다.

나 위주로 생각하는 최선,
상대를 못 보는 최선,
그 최선은 최선일수록
최악을 낳고 맙니다.


박해조, 제목 없는 책 中




제목없는 책 - 10점
박해조/빛다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