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 줄보다 더

예비역 육군 중장이 들려주는,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HMS Birkenhead)의 일화

HMS Birkenhead - HM Troopship Birkenhead - Steam-frigate Birkenhead



서경석, "말로만 해서는 안된다."



 1852년 2월 27일 새벽 2시경, 영국의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HMS Birkenhead)'가 암초에 부딪쳤다. 이 배에는 군인 472명과 민간인 162명, 총 634명이 승선해 있었다. 선체 바닥에 큰 구멍이 뚫려 버큰헤드호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 중이었다. 아프리카를 향해 가던 사람들은, 망망대해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휩싸였다.



 누군가 북을 쳐 잠든 사람들을 깨웠고 승조원들은 신속하게 갑판 위로 집결했다. 그들은 함장의 지휘에 따라 모든 민간인을 구명보트 3척에 나눠 태운 뒤 줄을 내려 안전하게 바다 위로 옮겼다. 세 번째 보트를 내릴 때쯤 버큰헤드호는 바다 속으로 거의 침몰한 상태였다. 보트의 민간인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마지막 보트에 자리가 남아 있소! 군인 여러분도 얼른 뛰어내려 보트에 올라타시오!"



 하지만 그때 스코틀랜드(Scotland) 연대의 라이트(Right) 대위가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부대- 차려!"


물이 올라 차도 꼼짝 않는 장병들을 향해 라이트 대위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진정한 군인은 내 말을 들어라! 너희들이 바다에 뛰어내려 저 보트에 올라타면 대혼란이 일어나고 보트는 뒤집힌다. 우리는 국민을 지켜야할 군인이다. 지금 그 자리를 꼼짝 말고 지켜라!"



472명의 군인 중 누구 하나 바다를 향해, 보트의 빈자리를 향해 뛰어 내리지 않았다. 함장 이하 전 장병들은 민간인이 탄 보트가 군함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를 올린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국 해군의 명예를 지킨 채 마지막 축포를 쏘며 그들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손자의 '犯之以利, 勿告以害(범지이사 물고이언)'이란 말씀이 있다.
부하나 아랫사람을 대할 때 공적인 일 이외의 사적인 것은 경계해야 하며, 리더는 솔선수범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버큰헤드호의 영웅들은 영국 해군의 명예이자 영국이 일등 국가가 되는 시금석이 되었다.
일류 국가의 자격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청년과 지식인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과 희생, 봉사에서 시작된다.


catchp:
예비역 육군 중장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긴 책,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 - 10점
서경석 지음/디자인하우스